“그냥 나무를 파는 게 아닌, 현장의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루트릭스 유겸 님 인터뷰

데이터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확신했지만, 들어와 보니 신뢰의 문제가 더 컸습니다. 라이다 스캐닝부터 현장 의사결정 지원까지, 루트릭스 김유겸 CTO가 기술과 현장 사이에서 찾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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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7, 2026
Contents
조경 전공에서 스타트업 창업까지Q. 루트릭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Q. 실제로 들어와 보니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었나요?외부에선 모르는 조경수 시장의 진짜 모습Q. 이 산업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면요?Q. '좋은 나무'의 기준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가요?데이터와 현장, 양쪽에서 신뢰를 쌓는 법Q. 루트릭스는 기존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얻고 있나요?라이다·위성지도로 만드는 조경수 데이터Q. 기술이 현장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고 있나요?Q. 나무는 계속 자라는데, 데이터 업데이트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루트릭스가 그리는 미래Q.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그냥 나무를 파는 게 아닌, 현장의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루트릭스 유겸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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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주다

김광훈님 - CTO | COO | Co-Founder

김광훈

조경수를 거래하는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유겸 님은 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데이터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이죠. 어떤 농장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규격은 얼마인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런 정보만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시장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창업 후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데이터의 문제가 맞는 동시에, 신뢰의 문제가 훨씬 큰 산업이었어요.”

기술로 산업을 바꾸겠다던 사람이 사람과 현장 사이에서 답을 찾기 시작한 이야기, 루트릭스의 공동 창업자 김유겸 님을 만나봤습니다.

김유겸 | 루트릭스 공동창업자 / CTO / COO

김유겸 | 루트릭스 공동창업자 / CTO / COO

조경과 스포츠의학을 전공하고, 설계 자동화·공간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1년 안정록 대표와 루트릭스를 공동 창업. 현재 기술 개발과 운영을 함께 총괄하고 있다.


조경 전공에서 스타트업 창업까지

Q. 루트릭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는 전형적인 조경가를 꿈꾸진 않았어요. 설계 자체보다 설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 쪽에 더 끌렸거든요. 설계 자동화, 공간 시뮬레이션 같은 기술을 공부했고, 설계안을 디지털로 구현하거나 개발자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그런데 설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걸 깨달았어요. 선배 조경가분들은 현장에서 장소를 읽고 감각으로 설계를 쌓아가시더라고요. 기술은 세상이 계속 밀어줄 테니까 늦게 배워도 따라갈 수 있지만, 그분들이 공간을 읽는 능력은 다른 차원이었어요. 기술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루트릭스 현장 사진

그래서 대학 선배였던 안정록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고, 1년 정도 같이 조경 이론과 산업 구조를 스터디했어요. 서로의 언어를 맞춰가는 시간이었죠. 그러다 "이 산업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지? 왜 중요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고 있지?"라는 같은 질문 앞에서, 함께 루트릭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실제로 들어와 보니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었나요?

처음엔 데이터로 당연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신뢰’의 문제가 훨씬 컸어요. 살아있는 나무를 다루는 산업이고, 현장 변수가 너무 많고, 거래 단위가 프로젝트 기반이다 보니 정보만 정리한다고 시장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결국 누가 그 정보를 책임 있게 다루는지, 불확실성을 같이 감당해 주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루트릭스는 생각보다 더 현장 가까이 있어야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했어요.

조경수 거래 플랫폼 루트릭스

TREES & GARDEN SERVICE INCORPORATED ROOTRIX

외부에선 모르는 조경수 시장의 진짜 모습

Q. 이 산업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면요?

외부에서는 나무를 사고파는 단순한 시장으로 보는데, 실제로는 아파트 단지, 공원, 골프장 같은 공간에 나무가 심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장이에요. 나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시간이 축적된 생물이거든요. 같은 수종, 같은 규격이라도 상태, 수형*, 생육 환경이 전부 다릅니다.

*수형: 나무의 전체적인 모양과 가지가 뻗어나간 형태

Q. '좋은 나무'의 기준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가요?

맞아요. 위에서 보면 반원 모양인 소나무가 있다고 해볼게요. 단독으로 보면 비대칭인데, 아파트 건물 옆에 심으면 빈 쪽을 건물이 채워주니까 오히려 완벽한 수형이 돼요. 시공사마다, 현장 소장님마다 선호도도 다 다르고요. 그래서 고객이 사는 건 나무 한 그루일 수 있어도, 저희는 그 프로젝트를 문제없이 끝낼 수 있는 가능성 전체를 보고 일합니다.

이 시장이 아날로그인 건 그저 낙후돼서가 아니라, 나무 자체의 핵심 단위가 표준화하기 어려운 ‘생물’이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그래서 이런 복잡한 요소들을 다룰 수 있는 데이터 구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와 현장, 양쪽에서 신뢰를 쌓는 법

Q. 루트릭스는 기존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얻고 있나요?

기존에는 정보를 개인의 머릿속에서 관리했다면, 저희는 조직 차원에서 수집하고 관리합니다. 고객한테 "연결해 드릴게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선택지의 장단점, 납기 리스크, 품질 비교까지 함께 정리해 드려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을 같이 설계하는 거죠.

한번은 골프장 프로젝트에서 "멀리 보이는 굴뚝을 가려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그땐 이를 위해 몇 미터의 나무가 필요한지를 기술적으로 분석해서 제안해드렸었죠.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보통 2주 걸리는 수목 구성을 24시간 만에 정리해 드린 적도 있어요. 고객 반응은 단순히 "빨라서 좋다"보다 "문제를 같이 풀어줘서 고맙다"였습니다.

농장 쪽도 마찬가지예요. 저희는 농장 분들이 어떤 나무를 왜 키우셨는지부터 이해하려 해요. 그렇게 키우신 좋은 나무가 어떤 현장에 어떻게 납품됐는지도 알려드리죠. 양쪽 모두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그 과정의 책임을 저희가 지는 방식이에요.

루트릭스 김유겸 공동창업자

김유겸 님 - CTO / COO / Co-Founder

공통 질문

라이다·위성지도로 만드는 조경수 데이터

Q. 기술이 현장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고 있나요?

특수목*은 한 그루에 억 단위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나무의 360도를 직접 봐야 정확한 가치 판단이 가능하죠. 저희는 라이다 스캐닝**이라는 기술로 이걸 해결합니다. 기존에 1만 평 농장 파악에 2~3일 걸리던 걸, 14분 만에 할 수 있어요.

*특수목: 수형이나 크기가 특별해 조경적 가치가 높은 나무.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기도 한다.
**라이다 스캐닝: 레이저를 쏴 물체의 입체적인 형태와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

루트릭스 라이다 스캐닝

지금은 위성지도에서 조경수 농장을 먼저 필터링하고, 수종·규격·상품 가치를 사전 판단한 뒤 방문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어요. 사진 측량 기술도 병행해서 라이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준비 중이고요.

Q. 나무는 계속 자라는데, 데이터 업데이트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특수목은 6개월~1년, 교목은 반기별, 관목은 1~2개월 단위로 업데이트합니다. 여름에는 잎이 있어서 건강 상태를,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서 수형을 볼 수 있거든요. 현재 전국 700개 농장, 80만 그루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별 파트너사와 협력해 전국 단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하자 방지예요. 남쪽에서 자란 나무를 서울에 심으면 기후 차이로 적응을 못할 수 있어요. 저희는 현장 주변 농장을 우선 수배해서 적응률을 높이고 운반비도 줄입니다. 현재까지 납품 후 큰 하자가 발생한 건이 없을 정도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루트릭스 조경수 스캐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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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릭스가 그리는 미래

Q.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조경 수목 시장의 유통 혁신이라는 방향은 변하지 않았어요. 달라진 건 데이터의 가능성을 훨씬 넓게 보게 된 거예요. 저희가 가진 규격 데이터는 탄소 흡수량 계산에도 쓸 수 있고, 전국 수목 분포 정보는 정부도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입니다. 실제로 그런 쪽에서 요청이 오고 있기도 해요.

결국 더 좋은 나무가 더 좋은 공간에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루트릭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로 풀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해, 현장의 복잡함 앞에서 신뢰의 무게를 배운 5년. "나무는 한 번 팔고 끝날 수 있지만, 신뢰는 계속 거래를 만들 수 있다"는 유겸 님의 말처럼, 루트릭스가 쌓아가고 있는 건 단지 데이터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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