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수목 지도를 만들 분 찾습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건휘 님의 눈에 들어온 채용 공고였습니다. 조경학과를 나오면 갈 수 있는 곳은 설계사, 시공사, 종합건설사—늘 같은 선택지뿐이었는데, 이건 처음 보는 종류의 일이었다고 해요.
더 알아보기 위해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나무를 파는 사람은 판로를 찾지 못하고, 사려는 사람은 정보가 없다” 이 설명에 전공자로서 바로 공감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5년간 전국의 농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가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생산자분들이 정말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연락하던 어르신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조경수 유통 플랫폼 루트릭스에서 공급을 총괄하고 있는 오건휘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건휘 | 공급팀장
조경학을 전공하고, 2022년 대학 재학 중 루트릭스에 합류했다. 수목 데이터 수집으로 시작해 현재 농장 매입·관계 관리·수목 공급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현장에서만 보이는 것들
Q. 5년간 현장을 다니시면서, 가장 크게 느끼신 변화가 있다면요?
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생산자분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아마 저희 팀에서 이걸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을 거예요.
연락하던 농장주 어르신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입원하셨다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요. 그분들의 자녀분들은 대부분 농장을 이어 경영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키우던 나무인데, 기사 보고 연락드렸다"며 저희한테 매각을 문의하시는 경우가 더 많아요.
이분들이 평생을 걸어서 키운 나무입니다. 4~5년은 기본이고, 수십 년을 돌보신 나무도 있어요. 그런 나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거나, 제값을 못 받고 처분되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TREES & GARDEN SERVICE INCORPORATED ROOTRIX
Q. 그게 산업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지금 생산자가 줄어든다는 건, 몇 년 뒤에 심을 나무가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이미 설계 단계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왕벚나무를 많이 넣었던 프로젝트에도, 왕벚나무의 공급량이 줄면서 다른 수종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거든요. 설계를 아무리 잘 해도 실제 심을 때 그 나무가 없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놀라운 건, 대기업들도 이 문제 앞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점이에요. 지방의 작은 시공사나 삼성물산이나, 나무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같습니다. 직접 전화 돌리고, 가격 물어보고, 감으로 비교하는 방식이죠. 이 산업 전체가 아직 풀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예요.
농장주분들의 마음을 여는 일
Q. 농장주분들과 처음 신뢰를 쌓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그분들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농장주분들은 나무를 몇 년씩 정성 들여 키워서 파시는 분들이에요. 판매 기회가 평생 몇 번 안 되다 보니 가격에 대한 기대가 크시고, 그만큼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세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제안을 드릴 때는 항상 숫자를 근거로 말씀드려요. "저희 데이터를 보면 이 수종이 지금 시장에서 이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도 확인해 보세요." 이렇게요. 실제로 확인해 보셔도 저희 데이터가 맞거든요.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으려는 게 아니라, 시장의 실제 상황을 함께 보면서 대화하는 거예요.
그리고 거래 외적인 관계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팀이 20~30대로 젊다는 게 오히려 강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주 연락드리고, 동선이 겹치면 들러서 점심을 같이 하고, 생신에 축하 인사를 드리기도 해요. 이런식으로 한 파트너십이 자리 잡히려면 최소 6개월은 필요합니다.
현재 루트릭스가 협력하고 있는 농장은 전국 700곳 이상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쌓인 관계에서는 "이건 루트릭스 단가니까, 다른 데는 알려주지 마세요"라며 저희한테만 특별한 가격을 주시는 분도 생깁니다.
저희가 빨리 정산해 드리고, 계약서도 꼼꼼히 써드리고, 필요하시면 판로를 찾아드리는 이유가 있어요. 그분들이 나무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거예요. 좋은 나무를 키워주시는 분들이 제대로 대우받아야, 이 산업이 계속될 수 있으니까요.
견적 가격이 바뀌지 않는 이유
Q. 루트릭스는 처음 제시한 가격을 끝까지 유지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자본과 데이터, 이 두 가지 덕분입니다.
이 산업의 정산 순서는 농장에 먼저 돈을 주고, 나중에 고객한테 받는 구조예요. 자본이 없는 개인 중개업자는 농장에 미리 정산할 여력이 없어서, 구두로 가격을 정해놓고 나중에 번복하는 일이 생깁니다. 저희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먼저 매입해서 가격을 확정하기 때문에, 가격을 번복할 일이 없어요.
둘째, 저희는 시장가·판매가·매입가 데이터를 쌓고 있어서 감이 아니라 실거래 기반으로 견적을 산출합니다. 그리고 전체 품목을 한 번에 다루기 때문에 품목 간 마진을 조율할 수 있어요. 어떤 품목에서 마진을 줄이더라도 전체 총합으로 수익을 맞추는 구조라서, 고객한테 가는 가격이 변하지 않는 겁니다.
이 산업이 계속되려면
Q.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세요?
솔직히,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나무를 키워주시는 분들이 줄어들고 있고, 그분들이 떠나시면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루트릭스가 직접 나무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수천 그루를 심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직접 생산해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설계 단계와 연계해서 "이 나무를 이 가격에 쓸 수 있다"는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더 많은 나무가, 더 좋은 품질로, 더 많은 공간에 심어질 수 있어요. 벚나무 한 그루 보는 것과 벚꽃이 핀 열 그루를 보는 건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이 아름다운 산업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저희가 매일 전국을 뛰어다니는 이유인 것 같아요.
대학 4학년에 "전국의 수목 지도를 만들자"는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사람이, 5년째 정말로 전국을 다니며 그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농장을 찾아다니고, 나무가 제값을 받고 좋은 공간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일. 나무를 키워주시는 분들이 계속 키울 수 있는 산업을 만드는 일. 모두 한가지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산업을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격 변동 없는 수목 거래 플랫폼, 루트릭스
특수목부터 지피초화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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